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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르포] 滿員 개봉… ‘스크린의 기적’ 시한부 감독 꿈은 이뤄졌다<국민일보>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4-02-13 조회수 8252

  


간암 말기 이성규 감독 자전영화 특별 시사회

11일 오후 6시50분쯤 강원도 춘천시 퇴계동 CGV 영화관. 7시 정각이 가까워지자 상영관을 가득 채운 500여명 관객은 숨을 죽였다. 모두 한 사람의 얼굴이 그려진 흰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있었다. 그 얼굴의 주인공인 이성규(50·사진) 다큐멘터리 감독이 휠체어를 타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상영관에 들어오자 관객들은 미리 준비한 종이비행기 수십개를 무대 위로 날리며 박수와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 감독을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축제’가 막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 감독의 자전적 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정식 개봉은 19일이지만 간암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 감독을 위해 특별 상영회가 열린 것이다. 이 감독은 평소 “관객이 가득 찬 극장에서 내 영화가 개봉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해 왔다. 얼마 전 호스피스 병동(말기 환자가 편안한 죽음을 맞도록 도와주는 시설)으로 옮겨진 그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다.

계단까지 꽉 찬 관객과 마주한 이 감독은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며 울먹였고 객석은 눈물바다가 됐다.

상영회는 이 감독을 형처럼 따르던 이성용(49) 하우즈 크리에이티브 대표가 기획했다. 이 소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자 전국 각지에서 수백명이 참가 신청을 해 사흘 만에 마감됐다. 당초 160석 규모였던 상영관은 210석으로, 다시 380석으로 늘어났다. 이마저도 모자라 160석 규모의 상영관을 추가로 빌렸다. 대관료는 강원문화재단이 지원키로 했다. 직접 오지 못하는 이들이 이 감독에게 전한 응원 메시지는 수천건을 넘어섰다.

이 감독은 인도 등지를 돌며 10년에 걸쳐 찍고 2년 동안 편집한 다큐멘터리 ‘오래된 인력거’가 2010년 아시아 최초로 암스테르담 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지난 5월 갑작스러운 간암 4기 판정을 받았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딸의 아버지인 쉰 살의 그에게는 너무 이른 고통이었다. 병세는 빠르게 악화됐다. 산책을 나갔다가 아끼는 헤드폰을 잃어버리고 오는 일도 생겼다. 간성혼수(간 질환이 악화되면 발생하는 의식상실 상태)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 감독은 결국 지난 2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춘천 강원대병원 호스피스 병동으로 병실을 옮겼다.

‘시바, 인생을 던져’는 모든 장면이 인도에서 촬영됐다. 일상에 지쳐 인도로 떠난 4명의 남녀가 만나 겪은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정말 소똥밭, 돼지똥밭을 구르며 찍은” 독립 영화다. ‘시바’는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파괴의 신이기도 하고, 모든 곤란하고 복잡한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할 때 쓰는 우리 은어이기도 하다. 평소 이 감독의 팬들은 ‘감독님, 쾌차하세요 시바!’라고 응원해 왔다.

그는 현재 모든 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신의 여행 경험과 삶의 느낌을 담은 ‘와유록(臥遊錄)’을 쓰고 있다. ‘누워서 노니는 기록’이다.

호스피스 병동행을 결정한 뒤 그는 아내를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그리고 곧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이제 우리 가족의 일상에 나의 죽음이 들어왔다. 죽음은 나를 존엄하게 한다. 죽음은 존엄의 동반자다. 아내와 나는 그 죽음을 웃으며 맞이한다. 환영한다.”

 

정부경 기자

2013.12.12

출처 : 국민일보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7839022&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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